처녀자리 25도

관공서 앞 깃대에 깃발이 반쯤 내려 걸려 있다.

A FLAG AT HALF-MAST IN FRONT OF A PUBLIC BUILDING.

♍

25°

✧ 핵심 키워드

#애도#기림#함께 슬픔#멈춤

✧ 장면 풀이

평소 같으면 꼭대기에 있어야 할 깃발이 깃대 중간에 걸려 있습니다. 관공서 앞을 지나던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걸음을 늦춥니다. 말하지 않아도 이 동네 전체가 오늘 무엇을 잃었는지 알게 됩니다. 바람에 깃발이 느리게 펄럭이고, 건물 안에서도 전화 소리가 낮아집니다. 하루가 반쯤 멈춰 있습니다.

이 사람은 멈춰야 할 때를 압니다. 다들 바쁘다고 넘어가는 일에서 이 사람만 잠깐 서서 고개를 숙입니다. 떠난 동료의 자리를 하루는 비워 두자고 말하고, 집안 기일을 챙겨 식구들을 한 상에 모읍니다. 잃은 것을 기리는 일이 남은 사람을 묶어 준다는 것을 이 도수에 태양이 있는 사람은 몸으로 알고 있습니다. 남이 슬플 때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사람이라 어려운 자리에 이 사람이 꼭 불려 갑니다. 다만 깃발을 내린 채 너무 오래 두면 일상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기리는 날이 끝나면 다시 올릴 줄도 알아야 그 멈춤에 뜻이 생깁니다.

해가 지면 직원이 나와 깃발을 거둡니다. 내일은 다시 꼭대기에 오를 것입니다.

이 도수의 힘

멈춰야 할 때를 압니다. 잃은 것을 기리는 일로 남은 사람들을 묶고, 남이 슬플 때 곁에 있어 줄 줄 압니다.

조심할 것

깃발을 내린 채 너무 오래 두면 일상이 돌아오지 않습니다. 슬픔에 머무는 것이 기리는 일과 같지는 않습니다.

오늘은 잠깐 멈춰도 돼요. 내일은 다시 올리면 돼요.

내가 태어날 때 태양은 어느 장면에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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