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병자리 30도

옛 바빌론 터였던 들판에 달빛을 받은 흰 꽃이 가득 핀다.

MOON-LIT FIELDS, ONCE BABYLON, ARE BLOOMING WHITE.

♒

30°

✧ 핵심 키워드

#폐허의 평화#되살아남#고요한 끝#덧없음

✧ 장면 풀이

달이 들판 위에 떠 있습니다. 한때 큰 도시가 있던 자리입니다. 성벽도 탑도 없고, 돌 몇 개가 풀 사이에 묻혀 있습니다. 그 들판 가득 흰 꽃이 피어 달빛을 받습니다. 바람이 지나가면 꽃이 한 방향으로 눕고, 다시 섭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조용합니다. 영화로웠던 시절의 흔적이라기보다, 그 위에 새로 자란 것들의 자리입니다.

큰 것이 지나간 뒤에도 땅은 남습니다. 이 도수에 태양이 있는 사람은 끝난 자리에서 평화를 보는 사람입니다. 잘나가던 사업이 접히고, 오래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고, 집안의 큰 어른이 떠난 뒤. 남들은 폐허만 보는데 이 사람은 그 자리에 풀이 돋는 것을 봅니다. 그래서 끝을 맞는 사람 곁에 있어 주는 일을 잘합니다. 그렇게 될 줄 알았다고 말하지 않고, 조용히 꽃이 필 때까지 함께 기다립니다. 다만 모든 것이 덧없다고 너무 일찍 알아 버린 사람은 새로 무언가를 세우는 일에 힘을 안 씁니다. 어차피 들판이 될 것을 왜 쌓느냐고 묻습니다. 그런데 바빌론이 있었기에 이 꽃밭이 있습니다.

달이 서쪽으로 기웁니다. 꽃은 아침까지 피어 있다가 햇빛 속에서는 그냥 들꽃이 됩니다.

이 도수의 힘

끝난 자리에서 새로 돋는 것을 봅니다. 큰 변화를 겪는 사람 곁에서 호들갑 없이 함께 기다려 주어 그 고요가 위로가 됩니다.

조심할 것

다 덧없다고 일찍 알아 버리면 새로 쌓는 일에 힘을 안 쓰기 쉽습니다. 끝을 받아들이는 데 익숙해지면 아직 끝나지 않은 일도 미리 놓습니다.

끝난 자리에도 꽃은 피어요. 달빛 아래 잠시 서 있어도 돼요.

내가 태어날 때 태양은 어느 장면에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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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이 지금 내 삶에서 무슨 뜻일까요?

점마실의 사비앙 선생 윤슬과 이 장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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