볕 드는 창가에서 여자가 낡은 가방을 열어 바람을 쐰다.
A WOMAN AIRING AN OLD BAG THROUGH A SUNNY WINDOW.
18°
✧ 핵심 키워드
✧ 장면 풀이
창을 열자 봄볕과 바람이 함께 들어옵니다. 여자가 장롱 깊은 데서 낡은 가방을 꺼내 창가에 놓고 입을 벌립니다. 오래 닫혀 있던 냄새가 빠져나가고 햇빛이 안쪽까지 들어갑니다. 여자는 가방 속을 한참 들여다봅니다. 버릴까, 둘까. 손이 가방 가죽을 한 번 쓸고 지나갑니다.
묵은 것을 꺼내 볕에 말릴 줄 아는 사람입니다. 오래된 서랍, 오래된 관계, 오래 미뤄 둔 마음. 남들은 닫아 두고 사는데 이 도수에 태양이 있는 사람은 가끔 열어 바람을 쐽니다. 그러면 새 기운이 돕니다. 직장에서는 몇 해 묵은 방식을 꺼내 손보는 역할을 맡고, 집에서는 철 바뀔 때마다 집 안을 뒤집습니다. 다만 열어 놓고 들여다보다 다시 그대로 집어넣는 날도 있습니다. 미련은 가방 안쪽 주머니에 숨어 있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바람을 쐰 가방은 전과 다릅니다. 버리지 않아도 됩니다. 냄새가 빠졌으면 그걸로 한 번 정리된 것입니다.
이 도수의 힘
묵은 것을 꺼내 볕에 말릴 줄 압니다. 닫힌 데를 열어 새 기운을 돌게 하는 손이 있어, 이 사람이 다녀간 자리는 숨이 트입니다.
조심할 것
열어 보고 다시 그대로 넣는 날이 잦기 쉽습니다. 미련이 안쪽 주머니에 남아 있으면 정리한 것 같은데 자리는 그대로입니다.
다 버리지 않아도 돼요. 오늘은 바람만 한 번 쐬어 줘요.
내가 태어날 때 태양은 어느 장면에 있었을까요?
내 생년월일로 내 장면 찾기이 장면이 지금 내 삶에서 무슨 뜻일까요?
점마실의 사비앙 선생 윤슬과 이 장면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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